드라마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이번에 본 [이토록 치밀한 배신자]라는 드라마는 흥미로운 설정과 반전으로 끝까지 긴장한 상태로 본 드라마다. 이 작품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작가는 누구일까? 아직까지고 공식적으로 드라마 작가가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수상작이라는 것을 볼 때 신예 작가의 데뷔작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감독은 송연화 PD가 연출을 맡았다. 송 PD는 섬세한 연출로 호평을 받은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을 공동 연출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 [이토록 치밀한 배신자]에서도 섬세한 연출을 통해 인물들의 심리를 깊이 있게 표현하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힘썼다.
드라마의 퀄리티가 남달랐다. 영화 정도라고 해도 될 만큼 세밀한 디테일이 많이 나타났다. 하나의 장면마다 프레임이 사진 속 액자처럼 나오고, 하빈이와 장태수가 앉은자리도 마치 취조실의 느낌이 나는 분위기 속에서 집중할 수 있었다. 제작진들이 이런 배우들의 연기만이 아니라 미술, 음악, 촬영 등 모든 부분에서 세심하게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촬영 기법과 음악을 잘 활용했다. 이런 부분이 잘 드러난 것이 앞서 이야기 한 공간들이다. 인물들의 성격과 상황을 반영한 극 중의 공간들은 아주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극에 몰입하며 인상적인 장면이 나오는 디자인이 잘 된 구도였다.
이 드라마는 스릴러와 미스터리 장르를 넘나드는 복합적인 장르였다. 믿을 수 없는 인물들 사이에 긴장감이 넘치는 심리전과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극 중 주인공 장태수는 뛰어난 프로파일러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뛰어난 분석력과 추리 능력을 지녔지만 가족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겪는다. 장하빈은 장태수의 딸로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혼란을 겪고 사건 속에 깊숙이 들어가게 되는 인물이다.
장태수는 한석규라는 배우가 연기하며 명불허전 감정이 드러나는 표정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장하빈 역을 밭은 채원빈의 역할도 참 인상 깊었다. 한석규에 비하면 그렇게 알려진 배우가 아닐 것 같은데 이번에 보여준 냉소적인 부분과 신비로움을 잘 섞고, 거기에 목소리까지 중저음으로 상당히 극에 조화를 보여주며 몰입을 이끌어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의 주인공까지 자신의 핵심적인 역할을 아주 다양한 얼굴로 소화하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 드라마는 사건을 파고들어 가며 끝까지 의심하게 만든다. 보는 나조차도 의심하고 또 누군가를 의심하며 보게 한다.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사회의 어두운 면 중에 하나인 믿을 수 없는 의심이 반복된다.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평범한 가족 안에도 의심하며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나 장태수의 아내 장하빈의 엄마 지수는 딸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으며 파멸의 길로 간 장면은 의심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준다. 딸에게 살인을 했는지 물어보지 못하고, 진실을 알 용기도 없는 인간의 깊은 내면을 너무 잘 묘사해 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일의 시작이 장태수의 의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장태수가 사실 의심의 시작이고, 이 일의 발단이다. 그는 범죄자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 능력은 가족에까지 향하게 되었고 그 결과는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의 냉철한 이성은 가족의 따뜻함을 잊게 만들고, 모든 사건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게 만든다.
아마 장태수는 과거 큰 상처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과에 배신이나 상처로 인해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거나 혹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도한 신뢰로 인해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고 확증편향이 되었을 수도 있다. 여기에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다른 사람들의 이면을 파헤치고 의심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런 뛰어난 능력이 인간을 더욱 고독과 고뇌에 빠지게 만든다. 그의 프로파일링 능력은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가족을 파괴하는 원인이 된 것이다. 의심하지 않고 신뢰를 쌓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런 사회를 이루어야 하고, 그런 가족들이 되어야 한다.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신뢰가 사라진 사회 속에서 어떻게 신뢰를 회복하고 살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을 던져주는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