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세일즈] 드라마는 이번에 다 보게 되었다. 그렇게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름의 시대 상황에 파격적인 소재로 궁금증을 유발하며 드라마를 잘 이끌어 갔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의 극본은 최보림 작가가 맡았다고 한다. 그녀는 다양한 작품에서도 현대 여성들의 삶과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 캐릭터들의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들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시에 사회적인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은 1992년이다. 이 당시는 한국 사회가 급격한 변화를 겪던 시기였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제약을 받고 있었다. 특히 성인용품 판매는 매우 금기시되는 분야였다. 이를 직업으로 삼는 여성들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시달렸을 것이다.
당시 여성들은 남편의 외도나 폭력에도 묵묵히 참아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드라마 속에서도 이러한 현실이 반영되어, 주인공 정숙을 비롯한 여성 캐릭터들이 각자의 가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인상 깊은 장면은 네 명의 여성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하나 되는 과정이다. 각기 다른 배경과 사연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 성인용품 판매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일하며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게 된다. 나는 사실 이런 과정들이 좋았다. 서로의 아픔을 나의 아픔처럼 여기며 서로가 끈끈해지는 과정이 너무 가슴 뭉클했다. 어쩌면 너무도 유치할 수 있지만 요즘 시대에 보기 힘든 우정이어서 참 좋았다.
이 드라마는 여성들이 사회적 제약 속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개척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살아왔던 여성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이런 도전적인 모습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을 극복하고 용기 있게 도전하는 모습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드라마가 또한 소재로 삼은 것도 파격적이다. 바로 금기시되는 성인용품이다. 지금도 유교적 문화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터부시 되기 쉬운데 이 당시에는 얼마나 파격적이었을까? 야한 성인용품을 파는 이야기를 통해서 현실적으로 당하는 여성들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좋은 것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위기를 극복해 가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함께 의지하고 해 나아갈 사람만 있다면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앞선 책에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는 글을 쓴 것이 있는데 사람이 재산이다. 사람을 얻는 것이 성공이다. 위기에 나의 곁을 지켜줄 사람이 있고, 나를 진정으로 위로해 주며 함께 할 사람이 있다면 이기지 못할 것이 없을 것 같다.
또 하나는 자신의 꿈을 용기 있게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편견을 뛰어넘는 것이 쉽지 않다. 사람들은 정해진 길을 만들어 놓고, 그 길로 가기를 원한다. 특히나 우리 사회는 더욱 그렇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다른 일을 하면 걱정부터 한다. 이전에 책에서 본 내용 중에 호주 지도에 대한 책을 보았다. 한 어린아이가 지도를 뒤집어서 호주를 위로 놓았다. 그랬더니 선생님께 지도를 잘 못 그려서 혼이 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틀린 것인가? 내가 지도를 뒤집어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누가 위에 있는지는 누가 정한 것인가? 그 지도는 실제로 제작이 되어 많이 팔렸다고 한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보다 편견을 깨고 나아가는 것에 대해서 이 드라마는 영감을 준다. 편견에 굴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남들이 가는 길을 가지 말고, 가고 싶은 길을 걸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정숙한 세일즈는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작품이다. 여성들의 자립과 사회변화 우정과 연대 등 다양한 메시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