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메이커
스토리텔러가 바로 킹메이커다.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고, 신작이기에 시청하게 되었다. 다소 억지스러운 과장도 느껴졌지만 흥미를 떨어뜨리지는 않는 전개였다.
두 배우는 명불허전이었다. 오경숙(문소리)의 소탈하며 묵묵히 걸어가는 그의 연기, 황도희(김희애)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는 제법 나쁘지 않았다.
문득 보다가 이런 킹(퀸)메이커들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후보를 당선자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어떤 전략이 자신의 후보를 원하는 자리에 앉힐 수 있을까?
갑자기 등장한 칼 윤(이경영)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는 12번의 선거를 겪고 2명의 대통령을 만든 인물로 등장한다. 그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바로 스토리텔러였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어떤 상대후보의 약점을 발견했다. 그 약점을 사람들에게 공개할 때 그냥 공개할까? 그것이 최고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아니다. 그 약점 하나에 스토리를 입힌다. 상대 후보가 강조하는 것이 공정과 정의라고 한다면 그것에 타격을 주는 스토리일수록 효과는 더욱 강력하다. 급속도로 상대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나의 후보를 킹(퀸)메이커로 만들 수 있다.
또 선거의 전략가들은 나의 후보에게 스토리를 입힌다. 대중들이 어떤 이미지에 열광하는 지를 파악하고 그 후보에게 그런 스토리를 입혀준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의 후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기사로 만들어 방송에 대중에게 알린다.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면 대세 후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스토리텔러의 능력이다.
스토리텔러가 킹(퀸)메이커이다.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이야기를 입혀주는 사람. 이전에 미국 대선과 관련해서 이런 내용을 들은 것이 기억이 난다.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방송은 마음만 먹으면 그런 사람도 대통령을 만들 수 있다. 이 말의 의미가 그에게 스토리를 입혀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것이 스토리텔러를 펼칠 수 있는 방송의 힘이다.
마케팅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말한다. 하나의 제품에 스토리를 입히는 것이라고...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우리나라 축구에서는 볼 수 없는 해외축구에서는 감독 간의 썰전이 있다. 상대 감독과 다툼을 일으킨다. 한 팀에서 코치로 있다가 상대팀 감독으로 옮겨 이전 팀과 경기를 치르기도 한다. 나가는 과정에 말이 많았다면 그 매치 역시 설욕전과 같은 스토리가 붙는다.
감독 간의 다툼이 과하고, 감독이나 선수가 얽힌 사연이 있을수록 흥행에 성공한다. 그래서 더비를 붙인다. 라이벌팀을 만들어 낸다. 이런 것이 다 스토리를 입은 것이다. 그 스토리가 사람들을 열광하게 한다. 그렇게 흥행에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스토리텔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는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 그런 사람이 킹(퀸) 메이커다. 물론 선거판은 상대의 약점을 거짓으로 스토리를 입혀 타격을 주기도 하는데 그것을 본받으라는 것은 아니다.
스토리텔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왜?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 왜 소설과 같은 상상 속의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가? 지금은 자기 계발 서적과 현대의 트렌드를 알아가는 서적들이 많이 읽힌다. 그러나 인간을 이해하는 문학과 스토리를 담은 책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내 삶에도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 내가 살아가는 과정과 내 삶의 여정에 스토리를 입혀보는 것이다. 나는 어떤 스토리를 쓰고 있는가? 내가 입고갈 스토리는 무엇인가? 스토리텔러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