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나의 아저씨 드라마는 인생드라마로 알려졌다. 나는 거창하게 인생드라마라고 붙이기는 마음에 확 와닿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위로를 준 드라마임은 분명하다. 안에 있는 내용 하나하나가 나의 마음에 위로를 주었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그런 드라마였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참 위로가 된 장면은 바로 권유라가 망가진 사람들을 향해서 말한 내용이다. 너무 와닿고 너무 위로가 되었다.
제철 아저씨: 우리 기훈이가 어디가 좋아요?
권유라: 전 망가진 게 좋아요. 사랑해요.
박기훈: (흥분하며) 여기 다 망가진 인간들이야... 네가 좋아하는... 다 망가진 인간들 뿐이라 좋겠다. 너 언젠가 한 번은 남자한테 다구리로 처맞을 거야? 내가 그 안에 있을지도 몰라... 너 진짜 조심해라....
권유라: 좋아하는데 왜 맞아요?
박기훈: 망가지는데 왜 좋아해? 너보다 못한 인간 보면서 저 인간보다 내가 낫지 이거 아니야... 너는 그걸 대놓고 말하냐?
권유라: 그런 게 아니고요.
박기훈: 뭐가 아니야
권유라: 전 여기 있는 분들 다 존경해요. 진짜로...
박기훈: 야 너 급하게 지금 존경으로 막 이어서 어떻게 막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너 머리 나쁘다. 막 안 이어진다.
권유라: 제말 좀 들어봐요 쫌 이어지나 안 이어지나...
인간은요. 평생을 망칠까 봐 두려워하면서 살아요. 전 그랬던 것 같아요. 처음엔 감독님이 망해서 정말 좋았는데 망한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더 좋았어요.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이 동네도 망가진 거 같고 사람들도 다 망가진거 같은데 전혀 불행해 보이지 않아요. 절대로... 그래서 좋아요. 날 안심시켜 줘서...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장면이 있을 텐데... 내가 꼽은 베스트장면이다. 나에게 있어 잊히지 않는 감동과 위로를 준 장면이다. 미래가 두렵고 무섭고 떨리는데 이 장면은 위로를 준다. 참 인상 깊은 대사에 인상깊은 장면이다.
맞다. 인간은 평생을 망가질까 봐 두려워하면서 산다.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다른 사람이 이룬 성공을 보고, 내 삶은 그 자리에서 벗어나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을 수치스럽게 실패자로 생각한다. 나의 처지를 한탄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힘든 일이 된다.
이 장면은 이런 두려움 속에 있는 나에게 용기를 준다. 그래 지금 내가 하던 일을 하다가 중도에 포기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전혀 불행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다. 이런 마음을 주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정해진 길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여전히 지금도 내가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하던 일을 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감사한 마음이다. 그러나 이제 어쩌면 끝도 보이는 듯하다. 계속해서 이 일을 할 수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을 결정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만은 확실하다.
만약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정리하게 되면 나는 어떻게 될까? 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질까? 인생의 실패자로 비칠까 봐 두렵다. 숨고 싶을 것 같다. 나는 인생의 실패자가 되는 것일까?
그러나 나의 아저씨 안에 소위 실패한 사람들은 전혀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행복하게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보니 나도 저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만약 내가 하던 일을 끝내고 이 일에 마무리를 하게 된다고 해도 실패한 사람처럼 살지 않을 것이다. 다른 일을 도전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도전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하던 일을 못하게 되어 실패자처럼 보인다고 해도 기죽지 않을 것이고 행복하게 웃으며 살 것이란 마음이다.
나의 아저씨 드라마에 고맙다. 삶에 위안과 용기를 얻는다. 실패한 인생도 행복할 수 있음을 기억하고 너무 미래를 앞서 걱정하지 말고 지금의 최선을 다하는 삶을 이룰 용기를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