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고 지루한 것의 반복으로 진심을 담는다. 인생의 비밀은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p.236)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던 그 일을 반복해서 하되 정성과 진심을 매번 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고기리 막국수 집에 비결은 맛도 맛이지만 9년 동안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진심을 지켜온 이 태도에서 나온 것일지 모른다.
누군가의 추천과 독서모임으로 인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고기리 막국수 집에 대한 이야기로 어떻게 하면 식당 운영을 잘할 수 있을까? 이런 책의 내용이 아닐까 생각하며 읽었다. 가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이 오로지 책으로만 읽기 시작했으니 당연히 식당 이야기로 여길 법 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고기리 막국수 보다 어떻게 사람을 대해야 하는가? 진정한 본질은 사람에게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한 사람의 고객이 아니라 손님이다. 어떻게 하면 손님을 더 오게 할까?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까? 이런 마음자세로 손님을 대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손님이 왔을 때 여기에서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손님이 불편하지 않으며 여기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누리고 갈 수 있을까?
사람에 대한 진심이다.
가장 큰 비결은 바로 사람을 향한 진심을 담는 것이다.
식당을 하다 보면 단체로 예약을 받게 된다. 가장 쉽고 안전하게 자리를 셋팅하고 주문을 하고 하루 할당량을 채울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단체손님을 받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이 식당에 꾸준하게 오셔서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올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번에 많이 팔아주는 사람보다 꾸준히 오시는 단골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책 속에 저자는 남편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분이시다. 책 속에 이런 말이 와닿는다. 꾸준히 오는 단골손님보다 한 번에 많이 팔아주는 사람이 반가워지면 손님을 돈으로 보게 됩니다.(p.71) 사람을 생각하지 않으면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식당에 가면 화장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안에서 아무리 친절해도 식사 전 화장실에 들렸을 때 위생상태가 엉망이면 다음에 다시 오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진적이 있다.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는데... 책 속에 화장실을 세심하게 신경쓰는 장면에 새삼 놀랐다. 휴지걸이 하나도 기성품이 아닌 원목으로 제작했고, 틈틈이 화장실을 점검한다는 것이다. 아직 가보지 않았음에도 내가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식당은 다시 갈 수밖에 없겠구나...!)
이뿐인가? 읽다가 보면 사람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는구나 생각드는 것이 많았다. 손님이 추가로 요청하는 것이 있기 전에 세심하게 신경 쓰며 챙겨주는 것. 무엇보다 자신이 구체적으로 경험한 것 중 말 한마디라도 손님의 마음에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 손님이 주문을 잘 못 주문했을 때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손님의 원함을 챙겨주고, 신발이 분실되었을 때 실수인지 확인하며 확인되지 않았을 때 자신들이 그 모든 변상을 책임지는 자세. 손님이 느끼는 불편함이 없고 오면 이곳이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인테리어 하나까지 신경 쓰는 모든 것들. 하나하나 사람을 생각할 때 나올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 사람의 마음이 움직인다. 음식보다 진실하게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게 된다. 문득 이전에 이런 대접을 받은 식당이 있었나? 생각해보았다. 떠오르는 식당이 없다. 그래도 가물가물 떠올리면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아웃백과 같은 식당에서 참 서빙하는 분들이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은 기억이 있다. 작고 사소한 컴플레인도 이야기 하면 서비스를 챙겨주고, 음식이 어떤지 물어봐주고,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정성으로 대함을 느낀 서비스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개인적으로 아웃백을 좋아한다.! (그만큼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한다.)
음식맛은 더 뛰어나다.!
그렇다고 식당이 음식맛이 떨어질 수 있을까? 여기서 내가 가보지도 않은채 음식맛을 평가할 수 있을까? 그러나 책 속의 내용으로만 보아도 이 부부가 가진 막국수의 열정이 어떤지 느낄 수 있었다. 휴가 기간에는 언제나 막국수를 먹으러 다니고, 시간이 흘러도 메뉴는 언제나 막국수 외에 다른 것을 추가하지 않는다.
2020년 봄 식객 허영만 선생님께서 백반기행 촬영으로 재방문을 했을 때 이런 말씀도 하셨다. "보통 이사하면서 맛이 변하는데 이 집은 더 맛있어졌네, 잘 될수록 더 숙여 그럼 더 잘돼" 이 말이 맛을 보는 것처럼 이미 맛은 대단할 것이라 여겨진다.
메뉴를 더 더하지 않는다.
메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식당을 할 때 메뉴가 적으면 고민이 많을 것이다. 책 속의 사례를 보면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는 우리아이는 막국수 말고 돈가스를 먹어요. 돈가스와 같은 메뉴는 없을까요? 손님의 말에 메뉴를 늘리고 싶은 충동을 받는다. 이것뿐이겠는가? 추운 겨울에 차가운 막국수 먹으러 오는 것보다 따뜻한 떡국을 한시적으로 늘려도 얼마나 좋을까?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유혹이다. 그런데 그 유혹을 오랜시간 잘 이겨냈다. 놀랍게도 이런 고백을 한다. "자꾸 메뉴를 더 넣고 싶은 유혹에 시달립니다. 그러나 더 하고 싶은 마음을 버리고 뺄수록 사실은 더욱 풍성해짐을 느낍니다."(p.105) 이 말은 곱씹을수록 무릎을 치게 된다. 뷔페를 가면 어떤가? 수많은 메뉴가 있지만 모든 것을 맛보는가? 나의 경우는 다양한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위주로 먹는다. 그래서 어떤 뷔페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없음으로 좋지 않은 곳으로 단정하기도 한다. 뷔페를 다녀오면 포만감보다는 찐한 아쉬움이 남을 때가 많다. 오히려 한 메뉴로 충분히 먹을 때 내 안에 채워짐이 있다.
추억을 남기는 곳
사람이 좋고, 음식이 맛있으니 얼마나 좋은 식당인가? 여기에 오는 단골들은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늘 알던 사람의 집에 방문하듯이 편안하게 들려 국수 한그릇 먹고 가는 곳이다. 손님이 오면 소개해 주고 싶은 식당이며 추억을 남기는 곳이 될 것이다.
정리
이런 곳이 공동체가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교회를 다니며 교회가 이런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져 보았다. 사람을 진실로 대하고 정성으로 바른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다. 한 사람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는 마음. 이것이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께서 전해주신 말씀이 아닌가?
식당에 대한 소개를 받으려 읽었던 책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깨닫게 되는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을 추천한 분들과 나눔을 할 때 이곳 식당을 방문하면 어떨까?하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기대가 된다. 함께 고기리 막국수를 먹으며 이 책에 나눔 하는 것이... 그때는 내가 정말 이 집 막국수 맛있었습니다. 할 수 있을 것이다.ㅎㅎ
무엇을 하든 여기에 참으로 본질이 숨어 있음을 보게 된다. 그것은 사람이다.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 식당을 운영하는데 고기리 막국수의 맛을 궁금해 하다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무엇인지를 배우게 된다.